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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설계하는 건축가

김현경·3개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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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을 설계하는 건축가

라움건축사사무소 방재웅 소장 인터뷰 첫 번째

김현경

사진김현경

집을 지을 때 신경 쓸 것이 비단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뿐일까. 어떤 땅을 골라야 할지 어떤 건축가를 찾아가야 할지, 막대한 건축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결정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라움 건축사사무소는 주택부터 상가, 공공건물, 신축, 리모델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건축사사무소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축주의 만족. 건축가의 예술성 한 스푼 얹은 건축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는 최적의 건물을 목표로 한다. 초기 설계부터 지난한 건축 과정 속, 앞으로의 사용에 맞는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라움 건축사사무소의 방재웅 소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사무소 소개 부탁합니다. 라움은 무슨 뜻이에요?


‘라움 Raum’은 건축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예요. 공간, 방이라는 뜻이죠. 어떤 건축물이든 공간을 기획하는 과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라움건축사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은 주변 환경에 순응하며, 건축주의 생활 방식과 예산 등을 고려해 좋은 건축물, 최적의 설계를 전달하려는 노력입니다. 건축 과정에서 건축주는 10~12명이나 되는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야 해요. 건축주가 힘든 지점이죠. 이건 이 사람에게 저건 또 저 사람한테 물어봐야 해요. 듣다 보면 어느 말이 맞는 건지도 헷갈리고요. 저희는 건축주가 힘든 지점을 파악하고, 지식을 쌓고, 직접 겪어본 내용을 토대로 상담해서 좋은 건물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라움건축사사무소 방재웅 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라움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에서 재밌게 봤던 게 건축주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땅 구매부터 준공, 이후 거주까지 진행했던 사례가 있더라고요.


과거 선배들에게 배운 건축은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건축주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배웠어요. 건축가는 곤조가 있어야 한다고요. 건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건축주를 교화한다는 개념이었죠. 사실 모든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한 건물, 모든 용도를 다 사용해보지 않았을 거예요. 또, 설계는 전체 건설 과정 중에서 초기 정도고요. 물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예산과 시간, 노력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건축주에게 부담으로 다가와요. 건축주가 건물을 짓기까지 어떤 고민을 할지 직접 체험하고자 팀원들과 ‘겪어보자, 해보자!’ 했죠.


Q. 겪어보니 어떠셨어요? 건축가로서 느낀 점이 궁금하네요.


저는 건축사, 공인중개사, 건축기사, 안전기사, 건설 관련 등 자격증도 많고, 건축가니 되게 쉬울 줄 알았어요. 건설관리로 석사를 취득했는데 ‘설마 어렵겠어? 건축 설계 몇 년을 했는데 어려울까.’ 했어요. (웃음) 토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정량적인 비교가 안 되잖아요. 재단돼 있는 땅이 아니라, 어떤 땅은 산 위에 있고, 논 위에 있고 고민이 너무 많은 거예요. 사무소에서 설계할 때는 건축주가 가지고 오신 땅에 맞는 설계를 해드리면 됐는데, 처음 시작하는 토지 구매 단계부터 너무 많은 변수가 있는 거죠. 토지 보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골라야 합리적인 건지 직접 부동산, 시행사를 만나며 알아갔습니다. 건축가라고 얘기 안 하고 토지를 구매하려니 그날 갑자기 가격을 올려버리거나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시장에 대해 이해가 됐죠. 다음으로 설계는 저희가 하던 거니 쉽겠지 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인부를 구하는 것부터 자재 선정, 너무 많은 선택을 신경 쓰다 보니 설계를 못 하는 상황이 됐죠. 시공 업체에 맡겨서 진행하다 보니 믿고 맡기면 안 되겠구나 느낄 수 있었고요. 집을 완공한 후에는 건축가로서 내가 설계한 집에 사는 꿈을 이뤘어! 기뻐하며 살기 시작했죠. (웃음) 살면서 전기도 실컷 써보고, 난방도 팡팡 써보니 단열이 중요한 이유, 창의 크기나 위치 같은 것들을 느끼게 됐죠. 집에 거주하면서 생활 패턴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요.


건축주의 고민을 겪어보기 위해 진행한 '더 라움 양평' 프로젝트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더 라움 양평' 외관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Q. 실제로 살면서 에너지 시뮬레이션과 실제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비교 논문도 쓰셨다고요. 얼마나 차이가 있었나요?


에너지 시스템 공학 박사과정에서 에너지 시뮬레이션에 관심이 높았어요. 지금 사무실의 실제 에너지 소비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비교를 했더니 약 92% 정도 흡사했어요. 사무실에 큰 창이 여러 개 있어 냉난방 걱정을 했는데, 비교해보니 창이 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입면에서 창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한 창의 면적이 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외벽에서 창의 퍼센트가 더 중요하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었어요. 결론을 따라 저희 디자인 방향도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주택에 살면 개방감이 있어야 한다 생각하고 창을 크게 냈거든요. 요즘에는 보일 듯 말 듯한 중요한 부분들, 동선에 맞춰 이벤트를 줘 확 열린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것 같아요. 사무소 초기 디자인 과정과 현재 설계 안들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죠. 시뮬레이션 경험, 실증 경험을 통해 조금씩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 정립되고 있습니다. 


Q. 디자인에도 영향을 줬네요. 여기 사무실도 직접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예요. 상가, 오피스 리모델링하며 느낀 점은 또 달랐을 것 같아요. 


신축할 때 고생했으니 리모델링은 쉬울 줄 알고 겁도 없었죠. (웃음) 이 사무실 프로젝트 덕에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많이 하게 됐어요. 주택을 사서 근린생활시설, 카페로 탈바꿈하는 건물들을요. 리모델링 과정에서 겪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됐죠. 건축가로서 벽 하나 부수는데 천만 원, 2천만 원 얘기하기는 쉬워요. ‘천만 원만 더 쓰시면 포토존, 좋은 공간이 나와요.’ 그 돈이 쉽지 않은데 말이죠. 저는 겪어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아무리 저희가 설계한 저희 사옥이더라도 1~2천만 원 예산이 계속 증가하다 보면 건물에 대한 애정이 쭉쭉 내려갑니다. 그 마음에 공감하며 건물을 짓다 보니, 찾아오시는 분들도 그 부분을 기대하고 오시죠. 오히려 저희가 상담하면서 초기 단계 때 어떻게 기획을 할 거냐, 그다음 유지관리, 그리고 카페 마케팅을 어떻게 할지 설계보다는 주변 얘기들로 콘텐츠를 채우고 있습니다.


'더 라움 서울' 라움건축사사무소의 사옥으로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했다.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더 라움 서울'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Q. 건축주로서 용도별로 느낀 지점이 달랐을 것 같아요. 주택과 사무실에서요.


용도에 따라 이용하는 형태도, 사용하는 시간도 다르거든요.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먼저죠. 상업 공간은 일반적으로 느낄 수 없는 공간을 구현하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카페를 왔는데, 다른 곳과 차이가 없으면 커피 맛 외에 손님을 다시 오게 할 방법이 없잖아요. 근데 차별화된 공간이라면 맛이 떨어지더라도, 멀리 있더라도 오는 분이 있는 거죠. 상업시설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경험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고요. 주택은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 디자인해야 하고, 오랜 시간 머물기 때문에 하자나 유지관리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게 많거든요. 카페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더라도 한정된 시간만 사용하기 때문에 설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하면 됩니다. 하지만 24시간 사용하는 주택은 달라요. 


Q. 두 프로젝트 모두 건축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던 기회였네요. 건축가의 디자인에 대한 고집에서 건축주를 이해하는 건축가로 바뀌게 된 이유가 궁금한데요.


처음 사무소를 양평에 차렸어요. 서울에서 오는 건축주와 양평에 오는 건축주가 기대하고 있는 퀄리티 차이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서울은 작업에 대한 이해가 있고, 퍼포먼스가 있다고 하면 양평은 법무사의 개념인 거죠. 건축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허가를 받아서 행정 업무를 하는 쪽이었어요. 그런 걸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어느 날 건축주 한 분이 찾아오셨어요. ‘서울 사무소에 맡기면 여기 한 번도 안 올 거 아니냐, 나는 양평에 있는 젊은 건축가 중 신경 써서 지어줄 사람이 있으면 해서 찾아왔다.’ 하셨죠.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으로 설득하는 게 아닌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춰 설계하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제 건축주가 더 요구하는 게 뭘까, 어떤 집을 원하는 걸까, 예술적인 느낌은 한두 스푼 정도 얹은 거죠. 그다음에 건축주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면서 제 이야기도 들려 드리고 정리하는 쪽에 흥미를 느껴요.


'더 라움 양평' 내부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더 라움 양평' 내부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Q. 라움은 공공 건축도 많이 진행했어요. 공공건물은 어떤가요?


공공시설은 선도적으로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요. 새로운 법규나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공공에서 먼저 시도하지 않으면 민간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공공 건축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요소를 많이 넣으려 하죠. 민간하고 할 수 없는 공간감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서, 용도마다 다 다른 내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건물은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거냐, 관계성은 주거든 상가든 공공건물이든 다 포함돼 있지만, 관계성을 바탕으로 어떤 게 중요한지 우선순위로 배열하며 콘셉트를 잡습니다.


Q. 어떻게 보면 디자인 자유도는 공공시설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자유도는 공공이 제일 높습니다. 공공은 면적을 제한해 주고, 비용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되고, 책정된 공사비가 민간 시장보다 훨씬 더 높아서 저희가 구현할 수 있는 자유도가 조금 더 있는 편이죠. 안을 평가하시는 분들과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하죠. 민간은 ‘언제 이사해야 한다.’ 같은 굉장히 실무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시간제한도 있고, 건축비 한계도 있죠. 여기서 어떻게 해야 좋은 건물에 빨리 들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이자 비용이라는 문제도 있거든요.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디자인 자유도는 공공이 높다. 하지만 민간이 훨씬 더 재밌어요.


'더 라움 서울' 라움건축사사무소의 내부 모습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더 라움 서울' 내부 사진 제공: 라움건축사사무소


Q. 건물을 짓는 데 있어서 결국 비용이 굉장히 중요하네요. 금융에 대한 솔루션도 제공하시나요?


건축주 중에서 예산이 적은데, 대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돈이 다 있어야 하는 걸로 오해할 수 있거든요. 그럼 토지를 구매했을 때, 대출을 받았는지를 확인하죠. 건축주 대부분 허가를 받고, 준공 후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계세요. 작은 건축물은 대출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요. 하지만 작은 건축물 전문으로 대출하는 곳도 있고, 토지대출, 기성대출, 준공대출 전환, 전환대출 그리고 갚는 것까지 상담해 드려요. 예를 들어 한 3억 정도 부족할 때, 이렇게 해결하면 될 것 같다 말씀드리죠. 건축을 잘 못하는 이유가 결국에 대출 금리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때문인데, 그런 부분을 직접 알려줄 전문가가 없잖아요. 부동산이나 인터넷, 유튜브에 떠도는 영상은 어떤 정보가 정확한지 알기 어렵고요. 건축사로서 알려 드리는 거죠. 그럼 건축주분들이 ‘당신도 대출에 대해서 전문가는 아니지 않으냐’ 하셔요. 하지만 저희는 겪어봤죠. 작년에는 이랬고, 재작년에는 이랬고, 다른 분들은 이렇게 진행했다는 걸 알려 드리면서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실제로 건축주가 된 경험이 건축주가 겪는 고민을 이해하게 해줬네요.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건축이 궁금해져요.


좋은 건축은 건축주가 만족할 수 있는 건물인 것 같아요. 제가 만족하는 건물이 건축주가 만족하는 건물이 될 수 있도록 공감에 초점을 맞춰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과 건축주 생각을 일치시켜 나오는 결과물이라면 어떤 건축가와 비교해도 제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주가 돼 봤잖아요. 건축주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 대출 상환, 수익, 유지관리 비용 등. 경험을 통해 디자인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축을 추구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 위해 과시적인 건축을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과시해도 될 만큼 성공 하셨지만 소박하게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모두가 100% 만족하는 표준이 되는 건물은 없을 거거든요. 대화하면서 맞춰가는, 준공했을 때 내 생각대로 지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때 건축 설계하면서 제일 잘했구나 생각합니다.



Q. 틀린 건축은 없네요. 


누구한테 더 초점이 맞춰져 지어졌나 차이인 거죠. 또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변 마을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지금 사무실 자리도 원래 사람들이 앞에 쓰레기 버리고 불법주차로 방치된 땅이었어요. 저희가 밝게 리모델링하고 나니 근처에 카페나 바도 생기고 콘텐츠가 채워지고 있어요. 저희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이 건물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건축주 니즈 안에서 최대한 맞추면서 사회적 기여도 생각해 짓는 게 최고의 건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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